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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경제 선순환’ 위한 발상의 전환- 연강흠교수님
등록일: 2015-03-05  |  조회수: 5,494

얼마 전 방송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는 집안 곳곳에서 유통기간이 지나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나왔다. 평소보다 싸다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결국에는 버릴 것들을 사들인 것이다. 대량생산 모델에 의해 과잉생산 된 제품을 팔기 위해 대기업은 소비심리를 이용한 각종 판매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과잉구매를 유도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저축해야 재산을 모으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은 절제된 소비 지출을 하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급격한 기술 진보와 인구 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물가 하락과 디플레이션, 그리고 장기 저(低)성장 국면이 새로운 경제질서가 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구매력이 약해진 소비자들도 새로운 소비 지출 방식으로 시대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노인층 빈곤 문제가 부각되면서 젊은 세대가 노후를 준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거비와 교육비를 줄이고 있다. 가계의 소비 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을 정점으로 5년 연속 줄어들었고, 교육비 지출액도 3년 연속 감소했다. 주택을 사기 위해 과분한 대출도 받지 않는다.

기업도 이제는 무리한 투자와 지출을 자제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질서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안하고,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입지가 강화된 소비자를 끌어안기 위해 환경 친화적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식의 경영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내수침체를 경제 부진의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가계(家計)소비와 기업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가계가 돈을 쉽게 빌려 쓰게 하고, 부동산을 쉽게 사고팔게 하며, 소비로 카드나 현금을 많이 사용하면 세금도 덜 받는다. 기업에는 소득을 추가 임금, 배당 지급, 투자 조기 집행 등으로 써버리라고 종용한다. 소비 증가로 생산과 투자를 활성화해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생각하겠지만 뉴노멀 시대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부유층의 소비를 해외에서 국내로 옮기면 소득 증대 없이도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 부유층을 잡기 위해서는 위화감 조성 우려 등에 얽매이지 말고 초호화 쇼핑센터와 리조트, 영리의료법인의 허가, 금융특구 지정 등으로 최상급 서비스 산업(産業)을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는 소비를 절제(節制)하고 부채를 줄여 노후를 위한 재산을 모으도록 권유해야 한다. 전망이 밝지 않은 산업이나 경쟁력이 낮은 기업이 섣부른 투자를 해 부실을 키우게 해서도 안 된다. 과거 고도성장기 산업사회 패러다임에서나 통하던 재정 확대,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등의 확장 정책(政策)은 이제 제한적이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둔다고 해도 얼마 못 가 역풍을 맞는 사례를 우리는 봐 왔다.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은 소비가 아닌 소득부터 시작해 소비·생산·투자·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정부에 필요한 것은 가계가 재산을 모아 소비 여력을 키울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실시, 대학교육과 산업 현장 수급의 일치 등 일자리 매칭 서비스 같은 취업 지원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 소비 위축의 주요 요인인 소득 분배 구조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소득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고소득층에 대한 섣부른 중과세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세수는 줄고 소비마저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기업이 혁신적으로 뉴노멀 시대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 아이디어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근로자의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도 뉴노멀 시대에 맞게 지출을 조정해야 한다. 세수는 고려하지 않고 확장적 재정정책과 무상복지 정책을 강행하다 보면 향후에 지출될 가능성이 매우 큰 금액이 늘어나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불요불급의 재정 지출을 줄이고 경제 능력에 맞는 복지 제도로 구조 조정할 필요가 있다. 복지 통합 시스템 구축으로 중복 지원, 무임승차와 부정 수급을 없애고, 소득수준에 맞는 선별적 복지를 기본으로 하며, 새로운 복지 제도는 반드시 재원 조달 방안을 의무화해야 한다.


[2015.02.24/ 문화일보]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22401033011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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