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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고리아] 풀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규제- 연강흠교수님
등록일: 2015-03-05  |  조회수: 5,865
 
▲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경계해야 할 '돈 풀기’의 잠재적 부작용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4.1%에서 3.7%로 하향조정하면서 경제살리기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수 부진에다 국제유가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둔화가 겹쳐 경기침체 장기화를 우려해 '아베노믹스식 돈풀기’와 유사한 확장적 경기부양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식 장기침체는 정부의 서툰 경제개입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엔고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금리인하에 따른 버블 형성과 붕괴,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자 '정부’의 성급한 금리인상 단행에 따른 경제의 구조적 침체, '정부’의 비효율적 재정지출확대에 따른 정부부채 급등 등이 일본의 장기침체를 가져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경제대통령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지나친 저금리 기조가 한 몫 했음도 기억해야 한다. 

기업소득 환류세금, LTV, DTI 규제완화, 추경예산편성, 금리 인하 요청 등 돈을 푸는 정책수단들은 심리적인 기대감을 형성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가 더 많아진 임금이나 배당, 저금리에 의한 줄어든 이자부담으로 가계 소득을 높여 내수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는 의도는 좋다. 언론에서도 '최경환 효과’로 주가가 오르고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기사를 쏟아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러나 소득상승 착시효과에 의한 소비증가는 오래가지 않는다. 기업의 부담 가중, 가계부채 증가, 증권?부동산 시장의 버블형성 등으로 경제의 잠재위험도 커진다. 실물경제 성장 없이 가계 소득을 늘리려는 시도는 버블경제나 과도한 국가부채로 종결되었던 사례가 수없이 많다. 게다가 앞으로 있을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취약한 구조가 된다. 

사내유보금 과세와 같이 마치 기업이 쌓아놓은 돈을 풀면 경기가 살아날 것 같은 실체 없는 희망을 시장에 심어 주어서는 안 된다. 기업소득 환류세금정책은 경제에 없던 돈이 생겨나서 가계에 흘러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업이 갖고 있던 돈을 대주주와 소액주주,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에게 넘기는 '돈의 손 바뀜’일 뿐이다. 일반인은 기업보다 바보라서 받은 돈을 그냥 써버릴 것이라는 국민 비하적 발상이다. 게다가 징벌적 과세에 의한 투자유도는 자칫 비효율적 과잉투자를 유발할 수 있다. 정부나 가계가 시장이나 기업보다 경제 활성화에 돈을 더 잘 쓸 수 있다는 전제가 없다면 전대미문의 기업소득 환류책은 시장의 자원배분기능마저 손상시킬 것이다.


투자하기 신나는 나라로 만들기 

정부의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보면 해외투자금액은 공제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들이 2000년대 후반 이후 해외투자는 크게 는 반면 국내 설비투자는 줄어들어 국내에서 고용과 내수가 부진해졌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왜 해외로 발길을 돌렸는지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Made in 'Country’가 제품의 질은 결정했던 시절에 국제교역은 국내에서 생산해 특정 국가에 수출하는 단순한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을 국내에 붙들어 매고 수출만 하게 할 수는 없다. 글로벌 기업에게 국경과 국적의 의미는 약해지고 있다. 연구개발, 부품 및 원자재 조달, 자금조달, 디자인, 제조, 물류, 광고, 유통, 판매 등 각 기업 활동 단계에서 전 세계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핵심역량이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그리고 세계자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자본이 투입되고, 고용이 창출되며, 수요가 발생한다. 해외자본이 투입된 르노삼성이 국내 '인력’으로 만든 닛산 로그는 전량 해외 수출하고, QM3는 전량 유럽에서 수입해 국내 '고객’에게 판다. 국내 '자본’이 투입된 현대차는 i10을 터키 공장에서 만들어 해외에서만 판다. 해외투자에 페널티를 물리는 정부의 판단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본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글로벌 경영활동에서는 해당 국가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고용과 내수 그리고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 국내기업이건 해외기업이건 간에 국내에 투자하게 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가 늘리려면 당연히 기업에게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내유보금 과세제도 정도로 해외투자를 국내투자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순진하거나, 아니면 증세를 위한 편법이다. 유보금 과세는 일과성이고 한시적인 반면에 투자는 기업이 세계 지도 위에 미래를 그려나가는 장기적인 전략적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세금 좀 더 내게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지 세수를 조금 더 늘릴 뿐이다.


정부의 역할은 주최자가 아닌 후원자 

설비투자 증가율이 낮은 것은 단적으로 투자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이 낮아 여건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기업에게 사내유보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당장 투자하기를 종용하면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고 비효율적인 과잉투자를 유발한다. 다 투자하고 나면 투자여력이 소진되어 정작 투자기회가 생겼을 때 허망하게 바라만 보아야 한다. 기업에게 투자할 만한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당장 할 일은 수익성 있는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국회는 경제살리기를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당장 해야 한다. 서비스산업육성 위해 재정?금융?인력 양성 등 지원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학교 주변에 유해하지 않은 관광숙박시설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엔젤투자 등을 받기 어려운 창업자나 벤처기업들 사이에선 이미 널리 퍼져가고 있는 모델인 크라우딩 펀딩 도입근거 마련하는 자본시장법, 크루즈산업육성 및 지원법과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의 투자활성화 법안을 국회가 붙들고 있다.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도처에 쌓여있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의 불필요한 수도권 규제가 전국을 하향평준화해 기업투자를 막고 있다. 실물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규제 철폐를 위해 국회가 합심해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 

신사업 창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기술과 사회변화를 못 따라 가는 규제, 행정편의적 규제를 정치권이 합심해 풀어주어야 기업이 활발히 시설투자하고,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 다시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해 경제 살리기의 후원자가 되어야지 주최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기업을 끌고 나가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내수진작과 고용 및 투자확대를 위한 기업과 민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당장 생사가 달린 기업은 정부와 국회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2015.02.21/ 업코리아]

원문보기 http://www.up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39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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