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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 ‘혁신 리더십’ #18 <리더는 마지막에 내린다>
등록일: 2021-08-27  |  조회수: 9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4차 유행이 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수도권 중심의 감염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가을학기도 얼마 남지 않아서 젊은 학생들로 활기가 넘쳐야 할 캠퍼스는 여전히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작년 2월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이 언제쯤 끝나서 과거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생존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위기가 어떤 기업에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되기도 하고 어떤 기업에는 몰락하기 시작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위기는 그 기업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으며 리더가 얼마나 내공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 가는지에 대한 밑천이 드러나는 검증의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위기 상황이 찾아오면 리더가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이슈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다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초기로 돌아가 보자. 작년 2월 초순쯤 일본 요코하마항에 머물면서 3700여명이 한달 가까이 고립되어 있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코로나19확진자가 무려 696명이 나오면서 언론들은 ‘공포의 크루즈선’ 혹은  ‘바다 위의 감옥’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이 크루즈선의 상황을 매일 전달했다. 배에 고립되어 의약품이 바닥나고 정신적으로 불안해진 승객들이 혼이 나간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보는 사진을 보면서 인류종말을 떠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많은 정보가 없었고 확진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초기 단계여서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상황은 빠르게 통제되었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의 코로나19 감염사태는 28일만인 3월 1일 종료되었다. 그런데 그날 밤 131명의 항해사와 승무원 중 제일 마지막에 제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하선한 이탈리아 출신의 제나로 아르마 선장의 모습을 전 세계가 주목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르마 선장이 객실에 갇힌 승객들에게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힘을 보여줘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 같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용기를 주었으며 때로는 유머 감이 넘치는 연설을 통해 모두에게 평정심을 심어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모든 상황이 완전히 종료된 후 혼자 가방을 끌며 배에서 걸어 나오는 아르마 선장의 사진을 보며 필자는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이고 리더가 위기상황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감동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었다.

 미 해병대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룰 하나가 있다. 바로 장교는 마지막에 먹는다 (Officers eat last)라는 룰이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란 책을 쓴 사이먼 사이넥 (Simon Sinek)이 책을 집필하면서 조지 플린 (George Flynn)이란 미 해병대의 퇴역 장군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사이넥은 이 장군에게 “미 해병대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부대가 될 수 있었습니까” 라는 질문을 했다. 플린 장군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장교는 마지막에 먹기 때문” 이라고 대답했다 한다. 미 해병대에서 ‘장교는 마지막에 먹는다’ 란 표현은 행사 때만 외치는 형식적인 슬로건이 아니라 장교 혹은 리더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골든 룰이자 이 조직을 지탱해주는 문화인 것이다. 그래서 장교가 병사들에게 배식을 하고 맨 마지막에 남은 음식을 먹는 장면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이를 통해 리더는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을 실천하고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에 대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매일 쌓아가는 것이다.

 위기상황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생존모드로 바뀌기 시작한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우선시하고 조직을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를 찾기 시작한다. 리더의 한마디 말과 행동은 사람들의 관찰과 감시의 대상이 되며 조직의 미래를 바꿔줄 중요한 메시지로 그들에게 다가가게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우선시할 때 리더는 이런 본능을 억제하고 조직과 구성원들을 위해 자신을 내려 놀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이야 말로 위기상황에서 리더를 리더답게 만드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리더인 당신을 따라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 주며 리더십의 선순환을 구축해준다. 그래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내부상황이 종료되고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내린 후에 맨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리는 아르마 선장의 얼굴에서 고독하지만 리더로서의 자부심 느껴진 것 같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위기상황에 빠진 조직을 이끌어가느라 매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리더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에는 자신을 내려놓고 환자들을 돌보고 방역조치를 하느라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아르마 선장이 많을 것이다. 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인해 코로나19는 곧 진정될 것이고 경제적 위기상황은 개선될 것임이 분명하다. 아무쪼록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 아르마 선장처럼 내가 아닌 구성원들을 위해 조용히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진짜 리더가 많았으면 한다. 리더는 가장 마지막에 먹고 내리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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