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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항공기’ 보잉 787 개발 프로젝트의 교훈: 기업 간 소통과 조정의 중요성 - 허대식 교수 (오퍼레이션 전공)
등록일: 2019-11-11  |  조회수: 91

꿈의 항공기’ 보잉 787 개발 프로젝트의 교훈: 기업 간 소통과 조정의 중요성 - 허대식 교수  (오퍼레이션 전공)

 

“Interorganizational information processing and the contingency effects of buyer-incurred uncertainty in a supplier's component development project,” International Journal of Production Economics, 210, 2019, 169-183.

 

2019년 6월에 대한항공은 향후 11조원을 투자하여 ‘꿈의 항공기’라고 불리는 보잉 787 항공기 30대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중 일부는 올해부터 주요 국제 노선에 먼저 도입되어 취항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잉 787 항공기는 미국 보잉사에서 개발한 최신 항공기로서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사에 빼앗긴 시장점유율을 탈환하기 위해서 의욕적으로 개발한 항공기이다. 787 항공기는 그 동안 항공산업에서 개발된 다양한 첨단기술을 모두 집약한 최첨단 항공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787 항공기에 대한 소개는 보잉사에서 제공하는 웹페이지에 상세히 나와있다. https://www.boeing.com/commercial/787/). 2004년에 보잉사에서 787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마자 세계 여러 항공사 및 투자자들은 많은 기대와 호응으로 지지해 주었다. 제품 개념만 발표했을 뿐인데, 2년 만에 52개 항공사로부터 762대의 수주를 기록하였다는 사실이 787 개발 프로젝트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를 증명해 준다. 787 항공기는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합금 대신에 카본합금의 경량 소재를 이용하여 제작되었으며, 연료 효율인 높은 항공기 엔진 2개 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항공사로 하여금 운행 비용을 20% 이상, 유지 보수 비용도 3분의 1 가량을 절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동급 비행기와 비교하여 화물 선적 공간이 50%가 더 넓어서 항공사의 화물운송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캐빈 내부의 실내 습도를 20-30% 더 많이 유지할 수 있고, 큰 창문을 설치할 수 있어서 여행객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더욱 쾌적한 비행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꿈의 항공기 (Dreamliner)라 명명된 보잉 787기는 보잉의 100년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협력업체들에 의해 설계되고 제작되는 항공기이다. 보잉은 세계 각국의 부품 공급 업체들을 위험공유 파트너 (risk-sharing partners)로 선정하고 항공기의 주요 구조물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하도록 승인했다. 예를 들면 미국 달라스에 본사를 둔 보트 에어크래프트는 787 동체 후부를 만들고,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에어로노티카는 787의 중간 동체와 수평 꼬리 부분을 설계하고 제조한다. 일본의 후지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미쯔비시 중공업은 드림라이너의 우아한 곡선형 날개를 책임지고 생산한다. 대한항공도 공기저항을 줄이는 날개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과 후방 동체 등 구조물을 제작하고 있다. 이렇게 와이어링과 기타 다른 시스템들이 조립, 설치되어져 있는 완성된 동체는 시애틀에 있는 보잉의 최종조립시설로 수송된다. 기존에는 항공기가 최종 조립 공장에서 한달에 걸쳐 조립되었으나, 787의 조립은 3일 안에 완수한다는 것이 처음 계획이었다. 이러한 혁신적인 분산설계 및 제조과정을 통해서 보잉은 100억불에 달하는 항공기 개발비용을 절감하고, 개발기간을 4년으로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개발에 참여한 협력회사는 글로벌 항공부품 제조회사로 급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보잉과 협력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로 호평을 받았다. 심지어 경쟁사인 에어버스사도 향후 신제품을 보잉 787과 같이 협력업체와 공동개발 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보잉 787 개발 프로젝트는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결코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공동개발업체인 부품공급사들의 납기가 자주 지연되었고, 품질 불량 문제가 수시로 제기되었다. 또한, 동체 및 날개 결함 등으로 인해서 너무 늦게, 잦은 설계 변경이 이루어 지면서, 부품 부족, 품질 불량, 납기 지연등의 문제가 더욱 악화되었다. 급기야는 1호기는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항공사에 인도되지 못하고 보잉사 내부적으로 손실 처리 되었다.  개발기간은 계획보다 3년 이상 더 지체되었고, 개발비용도 처음 예산의 2배인 400억달러를 상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787 항공기는 항공사에 납품되어 여러 노선에서 운항되는 와중에도 엔진고장이 자주 일어나고, 제트연료가 누유되거나, 배터리 화재로 인해서 항공기들이 운항을 중단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3년에 미국의 연방항공국 (FAA)이 모든 787기를 일시적으로 운행 정지시키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한때 민간 항공기 시장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보잉 787 개발 프로젝트가 왜 이렇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 왔을까? 글로벌 분산개발의 성공적인 사례로 787 개발 프로젝트를 강의하던 필자도 주의깊게 프로젝트 진행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연일 신문에서 보도되는 기사들을 수집하면서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던 중에 결정적인 해답은 다름아닌 미국 연방항공국에서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다. 미연방항공국은 모든 787기를 운행정지 시킨후에 재취항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787 개발 프로젝트를 심도있게 검토하였다. 이 과정 끝에 연방항공국이 발표한 결과는 필자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787기의 개발 프로세스 전과정을 감사한 결과, 787기는 설계 및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운항하는데 안전하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이제까지 표면으로 드러난, 787의 문제점들은 다름 아닌 보잉사와 협력회사간 ‘기본적인 소통과 조정(basic communication and coordination)’의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즉, 대형 항공기 설계 제작의 경험이 없는 글로벌 협력업체들과 여러가지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고, 빈번한 설계 변경을 개발 말기까지 발생시키면서도 보잉사와 협력회사 간에 소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문제점 해결을 위한 조정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첨단 항공기 개발에 나타난 문제점의 원인은 놀랍게도 가장 기본적인 경영관리 프로세스의 부재라는 것이다.

필자는 보잉 787 개발 사례가 시사하는 점을 한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의 신제품 공동개발 사례에서 유사하게 관찰한 경험이 있었다. 자동차, 전자 산업의 완성품 제조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주요 부품공급회사를 개발 초기부터 참여시켜서 공동으로 신제품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참여한 부품회사는 구매기업과 공동개발을 진행하면서 매출도 증가하고 신뢰관계도 증진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개발 과정이 매우 힘들다고 토로하였다. 그 어려움의 근원은 구매기업이 협력회사의 개발 환경에 다양한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기업은 구매기업이 요구하는 원가, 납기, 품질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개인적인 관찰과 보잉사례에서 나타난 교훈을 학문적으로 이론화하기 위해서 이 논문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신제품 공동 개발에 참여하는 협력기업의 입장에서 구매기업이 유발한 다양한 불확실성의 근원을 제시하고, 이들 요인들의 부정적인 효과를 억지하기 위해서 협력업체의 (기업간) 정보처리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이 논문에서는 구매기업의 제품개발 관련 행동이나 의사결정의 결과는 그 의도와는 관련없이, 협력기업이 직면한 개발환경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보잉 787 사례에서와 같이 보잉사의 (1) 혁신적이고 유니크한 기술 사양 (technology novelty)과 (2) 빈번하게 발생되는 설계 변경 요청 (engineering change orders: ECOs), (3) 적극적인 지식공유 및 이전에 대한 자세 결여 등은 개발에 참여한 협력회사의 개발환경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개발 프로세스의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서 협력회사는 필요한 정보/지식을 구매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갑작스러운 설계 변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협력회사는 구매기업과 중첩된 지식기반을 구축하고, 두 기업간 개발, 생산, 품질, 원가 부서원들 사이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루틴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특히 이 논문에서는 이를 협력회사의 기업간 정보처리 역량으로 명명하였으며, 구매기업의 기술사양의 혁신성이 높을수록, 설계변경 요청 (ECOs)가 많을수록, 지식보호 성향이 높을수록, 이 역량의 중요성과 가치가 증가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한국의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방위산업에서 무작위 추출한 1000개의 기업으로부터 수집한 103개의 신제품공동개발 프로젝트의 자료를 활용하여 위에서 제시한 가설을 입증하였다.

산업을 불문하고 기업간 신제품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적인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정보통신, 가전산업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추어 혁신적인 신제품을 얼마나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출시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 환경에서 조직 내부의 역량과 자원만으로는 신제품 개발 경쟁을 지속할 수 없으며, 외부 파트너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 기업의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여 신제품 개발을 시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중차대한 과정에서 협력회사의 기술적 역량 만큼 중요한 것이 협력기업의 정보처리역량이라는 점이라는 것을 이 논문은 시사한다. 이제까지는 제품통합을 주도하는 기업의 정보처리역량이 주요한 관심사였으나, 필자는 제품개발에 참여하는 협력회사의 경우에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제품의 모듈화 정도가 높다면 기업간 정보불확성의 효과가 여러 부품개발 프로세스로 확산되지 않겠지만, 보잉사와 같이 일체성이 높은 제품의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특정 부품의 변화가 다른 부품의 변화를 연쇄적으로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흡수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개발하고, 구매기업은 이러한 환경을 선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보잉 787의 문제를 보고 대부분 기술적 이슈에 집중하고 있을 때, 미연방항공국에서 ‘소통과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잉사가 수십 개의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통의 소프트웨어인 Exostar를 설치하는 등 IT 인프라를 구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사가 이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력회사의 정보처리역량의 핵심이 기업간 관계적 프로세스에 있다는 이 논문의 주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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