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경쟁은 사회 발전에 다양한 기여를 한다. 자유시장경제가 전체주의 계획경제를 이긴 원동력은 경쟁의 역동성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전투구나 젊은이들이 ‘헬조선’으로 부르는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 지상주의를 보면 경쟁의 뜻이 곡해되고 있는 것 같다.

시장논리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래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경쟁일 것이다. 지금은 초등학생도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지만 원래는 필자가 전공하는 경영학이나 경제학에서만 연구되던 개념이고 대상도 기업과 같은 경제단체에만 한정되었다. 그런데 어느새 국가경쟁력, 대학경쟁력, 의료경쟁력, 정부경쟁력 등 비영리공공조직에도 적용되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렸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사회가 발전하고 반대로 경쟁의 약화는 퇴보로 간주되게 되었다. 무한경쟁논리는 조직 내부에도 깊숙이 침투했다. 동료 간 치열한 경쟁에 의한 퇴출 없이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철밥통’으로 비하된다. 처우도 경쟁의 결과에 따라 경쟁력이 낮은 사람들이 가져가던 몫을 높은 경쟁력을 가진 사람에게 몰아줘야 한다는 연봉제와 성과급이 선진 사회의 상징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경쟁의 원리를 연구하는 것이 주 전공인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요즘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생각하는 경쟁은 본뜻과 전혀 다르다. 경쟁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인 전쟁과 같은 적대적 투쟁이 아니다. 경쟁은 같은 목표를 향해 여러 선수가 달리는 육상경기와 같다. 금메달은 하나뿐이고 선수는 여럿이므로 각자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새로운 달리기 기술을 개발하고 최선을 다해 달린다. 그리고 결과는 누가 더 혁신적인 주법을 개발했고 누가 더 열심히 훈련했으며 경기에서 누가 역량을 가장 잘 발휘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상대방을 해쳐야 내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다. 만일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옆 라인 선수를 밀쳐 넘어뜨리면 공정한 경쟁규칙을 어긴 죄로 실격된다.

특히 기업이나 조직간 경쟁은 단체경기와 같다. 모든 팀 동료가 상대 팀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야 이기는 것이 단체경기다. 따라서 팀 동료 간에는 경쟁보다 협력이 필요하다. 팀 동료들이 서로 앞서겠다고 경쟁하면 팀워크가 깨져 결과적으로 경기에서 지게 된다. 기업 간 시장경쟁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업 내부도 시장처럼 동료 간에 경쟁하게 만들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마치 경쟁이 상대방을 죽여야만 내가 사는 적대적 투쟁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이런 식으로 경쟁을 곡해한 세력은 상대방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히려다 같이 무너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많은 경영자들이 기업의 목적이 경쟁 기업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착각해서 경쟁자에게 이기는 것에 집착하다 같이 무너지는 기업들이 허다하다. 기업의 목적은 경쟁자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가치 창출이라는 목표를 다른 기업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존 세계 최고의 경영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경쟁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고객중심성이 경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경쟁을 적대적 투쟁으로 오해하는 대표적 예가 우리 정치권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국민의 행복과 국가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놓고 다양한 정치집단들이 누가 이 목표를 더 잘 달성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체제다. 국가 간 경쟁이라는 더 큰 경기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 모든 정치집단들은 서로 협력해야 할 일종의 팀 동료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치권을 보면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이라는 목표에 대한 경쟁은 온데간데 없고 서로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한 살수를 날리는 적대적 투쟁에만 몰두한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상대방에 타격을 입히는 데 주력하는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어떻게 더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할 것이다.

[2016.4.1/영남일보]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60401.01022080715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