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 및 합병한 결과가 좋지 않다는 보고와 연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한 경우 그 성공률은 해외에서 M&A의 사례와 견주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M&A 후 어떻게 피인수 기업을 통합하는가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M&A한 기업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은 경영에 있어서 종합예술에 해당한다고 여겨질 정도로 복잡하고 쉽지 않다. M&A된 직원들이 정신병을 앓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M&A를 단순한 재무거래로만 이해하는 기업사냥꾼들의 접근법으로는 M&A 후 결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M&A된 기업도 이제는 내 기업이 되는 것이고, 내 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M&A된 종업원을 내 종업원으로 인식하여 그들이 행복하고 기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M&A된 종업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인가?

첫째,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빠르게 공유하는 것이다. 피인수된 종업원들이 M&A 후에 가장 많이 듣는 표현이 'business as usual', 즉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피인수 기업에 다니는 직원 입장에서 보면 10년 혹은 그 이상 다니던 회사의 주인이 하루 밤 사이 바뀌어 회사명과 경영 목표, 타깃 시장까지 전부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와 관련된 인사정책과 기업문화 등 모든 것이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한 기업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해줄 것을 요구한다면 피인수 기업의 종업원들이 편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피인수 기업 종업원들의 마음을 얻는 길은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서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다스려 주고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둘째,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다. 어떻게 구조조정된 인력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평가와 절차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하여 누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룰을 명확히 하고, 떠나야 하는 이들이 다른 직장을 잘 구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안내를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항시 내 가족같이 아끼며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 남은 이들, 즉 이제 내 종업원이 된 사원들로부터 진정한 존경심을 얻을 수 있다.

셋째, M&A 후 이른 시일 내에 변화와 혁신을 이뤄야 한다. M&A와 관련된 많은 연구 중에 변화이론이 있다. 변화를 꺼리는 피인수 종업원들을 여러 가지 개선책으로 닦달하면 스트레스와 피곤감으로 인해 통합 과정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가 연구한 피인수 한국 기업의 종업원들은 기존 서구 이론에 반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한국의 피인수 종업원들은 오히려 적극적인 변화와 개선책이 인수 직후에 이뤄지길 기대했던 것이다. 변화와 개선책도 M&A 후 3~6개월 사이에 실행되어야 한다. 피인수 종업원들은 M&A 후에 기업이 새로운 혁신안을 바탕으로 진취적으로 성장해 나가며 기존의 낡은 방식은 폐기되길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M&A 후 1년 이상 지난 후에 거론되는 여러 혁신안은 오히려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인수 종업원들이 혁신할 마음의 준비를 갖춘 M&A 초기에 맞춰서 기업 혁신을 단행하는 것이 성공적인 M&A를 이뤄내는 비결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제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통합조정관(integration manager)이 있어야 한다. 통합조정관은 인수기업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피인수 기업이 인수기업에 잘 통합되도록 하는 미션을 실행한다.

피인수 종업원들에겐 인수기업의 모든 상황을 알려주는 대변인이 되고, 피인수 기업의 목소리를 인수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통합조정관은 업무에서의 능숙함을 갖춘 것도 중요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두 집단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조화롭게 통합될 수 있도록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2016.04.08 /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no=257704&year=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