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지난 3월에는 ‘세기의 사건’으로 불리울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있었다. 이 대국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4대1로 패배해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실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제는 육체 노동뿐만 아니라 정신 노동도 기계가 인간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우리의 삶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려는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된다. 더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면 당연히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효율성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 입장에서는 효율성이 반가울 수만은 없다.

최근에는 인간이 추구한 효율성이 인간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 같다. 호텔을 더 짓지 않았는데 호텔업이 망하고 택시를 더 허가한 것도 아닌데 택시기사가 파산한다. 에어비앤비라는 서비스가 개개인의 집에 남는 방을 호텔방으로 변신시켰고 우버가 개인의 차를 공유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골목에 편의점은 로켓배송과 경쟁하고 게임업체는 공중파 방송 드라마와 경쟁하는 초경쟁사회는 모두 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추구하려는 목적의 결과로 나타났다.

현재 진행중인 산업혁명은 지난 1· 2차 산업혁명과는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1차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발명됐고 인간의 단순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계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나 그 당시에는 아직 수요보다는 공급이 부족한 시대였다.

2차 산업혁명으로 내연기관과 기차가 발명됐지만 사람들에게는 미국 서부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부터는 상황이 다랐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 혁명이었고 정보의 효율적 이용은 사람이 있어야만 했던 많은 비효율을 제거해 직업도 함께 없애버렸다. 예전 같으면 필요하였을 개인 비서도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는 시대다.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의 개발로 특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또 다른 실업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3·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한 효율성의 저주를 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하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세돌과 대국을 한 알파고는 약 1000개의 CPU를 사용했다고 한다. 분명 인간을 이겼다고 하지만 알파고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1000배 우수한 CPU의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컴퓨터 개발이 더 이상 필요없다고 했다. 더 좋은 컴퓨터를 만들어도 쓸 데가 없다고 했다. 집에는 몇 년 전 구입한 컴퓨터가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1000배 빠른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지금보다 1000배 빠른 모바일 기기가 있어야 이동 중에도 우리를 도와줄 인공지능이 작동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일자리를 차지 할 것이냐, 아니면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일을 계속하다가 대체될 것이냐다. 

기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더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산업에서만 일자리를 찾는다면 우리는 효율성의 저주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오히려 현재 일자리와 전혀 상관없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센서기술 등을 배우고 이를 개발하는 사업을 한다면 효율성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효율성의 저주에서 빠져 나오려면 기존 산업과 경쟁하지 않는 신규 산업을 만들고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끊임없는 창조만이 효율성의 저주로부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2016.03.31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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