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박영렬 / 연세대 교수·경영학 

최근 중국의 한국 내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구룡(九龍)자동차의 광주 전기차 생산공장 설립 투자, 중국 안방보험의 한국 알리안츠생명 인수와 같이 신규 투자 및 인수를 통한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활성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는 1992년 한·중 수교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비춰볼 때, 우리 기업의 중국 내 투자가 본격화한 지 20년이 지난 이제부터 중국 기업의 대한(對韓) 투자가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이뤄진 중국의 제주도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우리는 중국 투자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중국의 국내 투자가 주는 기술 유출, 경제적 종속 등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글로벌화 추진, 고용 창출을 통한 국내 경제발전 기여 등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의 투자를 통해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는 한편, 긍정적인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 기업은 자금과 시장을 가지고 있고, 한국 기업은 기술과 경영관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이 협력한다면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 시장이 안고 있는 초과 공급에 대한 문제도 협력을 통해 풀어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M&A)이 앞으로 활발히 일어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중국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르게 가져야 한다. 1990년 중반 이후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 성과는 우리의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그동안 우리가 그토록 어렵게 생각했던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 주고, 더 나아가 중국의 육상과 해상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활용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하는, 그리고 우리의 완제품이나 서비스를 세계로 실어 나르는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 

또한, 중국과 한국을 커다란 하나의 시장으로 생각해야 한다. 중국이 해외시장이라는 접근보다는 우리가 함께하는 우리 시장으로 간주해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가 하나의 북미시장을 형성했듯이 중국과 한국은 하나의 동북아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의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중국이나 한국에서 공동 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국과 중국에서 판매함은 물론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양국 간, 양국 기업 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2018년부터 글로벌 주요 2개국(G2) 시대가 시작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의 공동체가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공동체다. 중국과의 공동체에서 한국이 어떤 위상을 가질 것인지는 중요하다. 세계 경제의 또 하나의 축인 중국의 등에 올라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중국의 국내 투자가 많이 이뤄질수록 한국은 중국에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중요성도 크게 부각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시각과 관계도 달라질 것이다. 

지난해 12월 20일 한·중(韓中)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한국과 중국이 동북아의 커다란 하나의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물꼬가 트였다. 중국 기업은 투자를 통해 무역을 뛰어넘는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 중국 기업 진출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바로 옆에 세계 최대 시장과 최대 기업들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및 기업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5년, 2020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이 기간에 우리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만 동북아 시장을 발판으로 중국과 함께 지속 성장을 해 나갈 수 있다. 
 

[2016.04.12 /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412010338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