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전통적으로 구매 부서의 역할은 원·부자재, 반제품, 서비스 등을 싸게 사서 적기에 공급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업의 경쟁 단위가 단일 기업에서 그 기업이 포함된 공급사슬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매 부서의 역할이 기업 내 모든 제조 라이프사이클뿐만 아니라 기업 외 공급사와의 상호작용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직 간 원가 관리(Interorganizational Cost Management)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서구의 경제 시스템과는 달리 한국과 같은 재벌 대기업 주도의 경제 시스템 특성을 고려한 조직 간 원가 관리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이 연구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하고자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한국과 같은 재벌 대기업 주도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상호 원가 절감을 위한 재벌 기업의 리더십 발휘와 이를 제도적으로 독려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조직 간 원가 관리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 산업구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관행 등 요인으로 인해 구매자인 재벌 대기업과 공급자(혹은 납품자)인 중소기업 간 상호 신뢰가 부족한 한국의 경제 환경 아래서는 협력 네트워크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기회주의 문제가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는 이와 같은 조건하에서도 재벌 대기업인 구매 기업 주도로 구매 기업과 공급 기업 간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을 통해 조직 간 원가 관리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과 같은 재벌 대기업 주도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재벌 대기업인 구매 기업의 강력한 원가 절감 리더십 발휘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이 조직 간 원가 관리 체계의 성공적인 구축·운영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임을 나타내고 있다.

둘째, 조직 간 원가 관리가 성공적인 결과를 산출하려면 기업의 원가 절감 의지나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원가 절감과 품질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양사의 구매 기반 체계(infrastructure)를 적절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구매자와 공급자 입장에서 각각 필요한 조직 간 원가 관리의 기반 체계를 물질적(physical) 측면과 실천(philosophical) 측면으로 나눠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물질적 측면을 보면 구매 기업은 구매 조직 및 구매 인력의 운영 선진화와 공급사 관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공급 기업은 구매 기업과 공유하는 각종 정보(원가 자료 등)가 제공하는 생산관리 및 원가 관리 체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또한 실천적 측면에서는 구매자가 적극적으로 공급자 지원과 육성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양사 간 신뢰 구축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내수 기반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우리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가 절감과 품질관리를 통한 제품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경영진은 원가 절감과 품질관리에 필수적인 조직 간 원가 관리 이슈를 경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우선순위로 고민해야 한다.  

◆ 'Implementation of interorganizational cost management and its infrastructure: the case of a Korean 'Chaebol' firm'(Asia Pacific Business Review, Volume 21, Issue 2, 2015).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신일항 연세대학교 경영학 박사, 박소라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공저

[2016.04.29 /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no=310161&year=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