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대한상공회의소의 건의를 받은 정부가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근로자와 기업이 모두 바라는 일이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업을 대변하는 대한상의가 그날을 공휴일로 정해도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수요가 넘쳐나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하루도 공장을 쉴 수 없는 것이 산업 현장의 현실이다. 그런데 수요도 없고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면 직원들에게 차라리 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회사이기도 하다.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해도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기업 대부분이 하루쯤 생산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거리가 없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는 슬픈 현실이다. 

우리나라를 지난 수십 년 간 먹여 살려온 산업 대부분이 이제는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조선·철강·화학·건설·전자 등 모든 산업에서 중국의 과잉투자로 한국 기업들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판매가에 날마다 부도의 위험을 간신히 피해 가고 있다. 단순히 몇 명 해고하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이 아니다. 모든 산업에서 전방위적인 공급과잉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보다 더 심한 사업체 매각과 공장 매각을 생각해야 하는 수준의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가면 문제가 해소되는 그런 경제 상황이 아님을 직시해야 할 때다.

그런데 두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업들에 기업소득은 높으니 복지를 위해 법인세를 조금 더 내라고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그러잖아도 힘들어서 문을 닫아야 할 판인 회사가 태반인데 법인세를 올려 기업들이 복지를 부담하게 하겠다는 발상이 안타깝다는 점이다. 

기업의 소득은 부자의 소득이 아니다. 야당은 기업을 몇몇 부자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듯하다. 기업은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돈으로 자본이 구성돼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하거나 금융기관을 통해 투자한 차이만 있을 뿐 상장기업 대부분은 국민 개개인의 자산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상장기업의 소득은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다.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불합리한 세제 중 하나가 중복과세다. 회사가 번 돈에 법인세를 물리고 주주에게 준 배당에 소득세를 물리는 것이다. 즉, 소득의 실질적 주인은 같은데 세금을 두 번 물리는 것이다. 기업의 국제경쟁력이나 국민소득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따지기 전에 똑같은 소득에 세금을 두 번 내는 투자자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법인세를 올리면 법인세를 부담하게 되는 실질적인 주인은 국민 개개인이 된다. 더구나 이제는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도 점점 높아져 개인이 직접 가진 주식이 한 주(株)도 없다고 해도 국민연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유한 기업의 지분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인세 인상이 남의 일일 수만은 없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은 투자자에게 지급할 배당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지분 40%는 외국인 투자자가 가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 국민과는 달리, 애국심으로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없다.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날 준비가 돼 있다. 법인세 인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탈(脫)대한민국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2016.04.28 /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428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