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한계인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문자와 바퀴를 만들었다." 미국의 국민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한 말이다. 문자는 지식의 축적으로 시간을 넘나들 수 있게 했고, 바퀴는 이동속도를 증가시켜 공간의 한계를 거스르게 했다는 의미다.

인간이 '바퀴 달린 탈 것'을 사용한 흔적은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차처럼 바퀴를 이용한 이동수단이 인간의 발을 대체하면서 더 빨리 더 멀리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 생겼고, 시장과 도시가 발달하면서 인류문명이 꽃필 수 있었다. 바퀴를 인류의 가장 뛰어난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는 이유다.

바퀴를 사용한 보다 빠른 탈것에 대한 인류의 끝없는 욕망은 과학기술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중세시대의 천재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e Vinci)가 1482년 태엽으로 가는 자동차를 설계했고,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인 시몬 스테빈(Simon Stevin)이 1599년에 돛단배와 유사한 풍력자동차를 고안한 것도 이동속도를 늘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차가 등장하고, 가솔린 엔진의 개발로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바퀴를 사용하는 탈 것의 공간 이동속도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독일의 아우토반에서는 시속 200㎞ 이상의 속도로 자동차 드라이브를 할 수 있고, 시속 300㎞를 넘는 고속전철도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5월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사막에서 '하이퍼루프(Hyperloop)'의 주행시험 시연회가 있었다. 하이퍼루프는 테슬러의 CEO인 엘런 머스크(Elon Musk)가 제안한 것으로, 튜브처럼 생긴 터널 안에서 자기부상 기술로 열차를 띄워 사람이나 화물을 시속 1200㎞로 옮길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시험주행에 사용된 추진체는 2초 동안 시속 186㎞ 속도로 주행한 뒤 멈춰 섰지만 시연회는 하이퍼루프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이퍼루프의 개발사인 하이퍼루프원(Hyperloop One)은 2014년 설립된 이후 3700만 달러(약 440억원)의 초기자금을 끌어들였고, 지난 10일에는 프랑스 국영 철도회사 SNCF와 GE의 벤처 자회사인 GE벤처스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95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거액의 투자유치로 하이퍼루프가 구현 가능한 기술임을 입증한 셈이다. 하이퍼루프가 현실화되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보잉787 항공기보다 시속 200㎞ 이상 빠른 속도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구간에 계획되어 있는 고속철도를 하이퍼루프로 대체하면 건설비용은 2/3 규모로 줄이면서 고속열차보다 3배 이상 빠른 교통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바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발달한 인류 문명도 탄생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바퀴 때문에 새로운 길과 마을들이 생겼고, 이 길과 도시를 따라 새로운 물건과 소식이 퍼져 나가면서 인류문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이퍼루프는 공기를 뺀 진공 튜브 안에 캡슐형 열차를 넣고 발사하는 방식이다. 전자기 가속기로 열차가 공중에 뜬 공중부양 상태를 유지하므로 열차에 바퀴가 없다. 지난 수천 년간 공간이라는 한계의 극복을 통해 인류문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바퀴를 이제는 포기해야만 더 높은 이동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니 '바퀴의 역설(逆說)'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2016.05.29 /디지털타임즈]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5300210235160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