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휴대폰 보험이란 휴대폰의 파손·분실·도난 등 사고에 의한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최근 고가(高價)의 휴대폰 단말기가 출시되면서 현재 약 600만명의 소비자들이 가입하여 자동차보험처럼 대중화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휴대폰의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고장률과 수리비가 크게 차이 나지만 보험료는 휴대폰의 가격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될 뿐, 휴대폰의 고장률과 파손율의 차이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보험료 부담의 공평성에 문제가 있다. `공평`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고름`이라고 되어 있다. 현재와 같이 휴대폰의 종류에 관계없이 휴대폰 보험료를 똑같이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는 과연 치우침 없이 고르다고 할 수 있을까. 언론 보도를 보면 애플 아이폰의 보험금 지급률이 다른 휴대폰 보험금 지급률의 2~3배에 달한다고 한다. 보험회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의 비율인 `손해율`은 아이폰을 제외한 다른 스마트폰은 60~70%인 데 비해 아이폰은 무려 130~200%라고 한다. 아이폰의 수리비가 높은 이유는 스마트폰이 부분 파손되거나 고장 났을 때 해당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리된 다른 휴대폰인 이른바 `리퍼폰`으로 교환해 주는 애플의 독특한 애프터서비스 정책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폰 이외의 스마트폰을 쓰는 휴대폰 보험 가입자는 받는 혜택에 비하여 과도하게 높은 보험료를 내고 있고, 아이폰을 쓰는 휴대폰 보험 가입자는 받는 혜택에 비하여 지나치게 저렴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다른 회사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애플 아이폰 소비자들의 수리비 를 대신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의 종류에 관계없이 똑같이 보험료를 부담시키는 공평성을 추구하려다 남의 돈으로 내 휴대폰 수리비를 충당하는 `횡재한` 사람과 남의 휴대폰 수리비를 내 돈으로 내 주는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불공평`이 초래되었다. 또한 휴대폰의 수리비와 그것을 담보하는 보험료는 소비자가 휴대폰을 보유하는 데 따르는 비용의 일부인데, 현행 보험료 제도는 아이폰 소유자에게 그 비용의 일부를 다른 회사의 스마트폰 소유자에게 떠넘기는 특권을 부여하여 휴대폰 제품들 간의 경쟁을 불공정하게 만들었다. 즉 애플의 고비용 애프터서비스 전략에 따르는 비용을 다른 회사 스마트폰 소유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보험학에서는 공평의 기준을 `수지상등(收支相等)`에 둔다. 보험계약자를 여러 위험군으로 분류한 다음, 각 위험군마다 순보험료(수입보험료-사업비)와 지급보험금이 서로 같아야 수지상등이 이루어졌다고 하고, 그래야 보험료가 공평하게 부과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휴대폰 보험료 부과 방식은 수지상등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고 보험료 부담의 공평성이 훼손되었다. 그로 인하여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되고, 휴대폰 회사들 간의 공정 경쟁 또한 일그러져 시장 왜곡이 발생되었다.

이러한 시장 왜곡의 원인으로는 휴대폰 보험료 제도 도입 당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해 모델 및 제조사별 적정 보험료를 책정할 수 없었던 점, 이동통신사들과 휴대폰 제조사들의 이해관계, 아이폰 소유자들의 반대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공평을 언제까지나 안고 가서는 안 된다.

자동차보험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점이 있었다. 자동차 사고 시 외제차는 국산차에 비하여 수리비가 월등히 높고, 따라서 지급 보험금도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자동차의 배기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했을 뿐 국산차와 외제차의 보험료가 같았다. 그래서 국산차 소유자들이 외제차 소유자들의 보험료 일부를 대신 부담하는 불공평이 있었다. 보험업계와 정부당국은 한시 바삐 불공평한 휴대폰 보험료 제도를 바로잡아 소비자들이 각자의 위험 정도에 비례하는 공평한 보험료를 부담케 하여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룩하기 바란다.

[2016.3.24/매일경제]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217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