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구글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 다섯 번의 바둑시합이 벌어진 일주일 동안 구글의 시가총액은 58조 원 이상 증가했다. 구글이 이번 대국을 통해 그간 투자해 온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번 바둑시합을 위해 상금 100만 달러를 포함해 약 24억원(200만 달러)을 투자한 구글로서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이룬 셈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맞서 싸우는 인류의 대표선수 이세돌 9단을 누른 알파고의 승리가 구글에게 반드시 득(得)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인공지능과 인류의 대결은 공상과학영화의 단골소재였다. 1967년 개봉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공지능 '할(HAL)'은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을 장악해 인간과 대결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는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핵미사일을 발사해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메트릭스'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사람을 인조자궁에 가둔 뒤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뇌에 주입해 인간의 뇌를 철저하게 통제한다. 모두 인류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공지능이 출현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소재로 한 것이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더 이상 영화의 소재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만들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3연패 하던 날, 1200여 개의 CPU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된 괴물기계를 연상하며 우울해 했던 것은 단지 필자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1998년에 창업한 구글은 검색엔진을 통해 인류에게 커다란 혜택을 줬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앱인 구글지도는 이제 여행자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됐다. 구글은 'X 프로젝트' 라 불리는 비밀 연구를 통해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제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해 왔다. 자율주행자동차, 구글안경과 구글시계와 같은 스마트 기기, 소형비행선을 전세계 하늘에 띄워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려는 '룬 (Loon)' 프로젝트, 그리고 삼키는 진단용 알약의 개발 등이 '구글 X'에서 진행 중이다. 일반 기업들이 쉽게 투자할 수 없는, 그러나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구글은 항상 인류의 편에서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알파고가 인간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하는 순간 구글은 인류에게 혜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협하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어두운 이미지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인류의 대표선수로 출전한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5대 0으로 끝났다면 전 인류가 구글을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은 다섯 번의 대국에서 한판이라도 승리해준 이세돌 9단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알파고의 영향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 희망과 위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동안 일자리 감소라는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인공지능이 미래에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위협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생명과학분야의 기술개발에 생명윤리를 요구하는 것처럼 인공지능분야도 '도덕적 기계 (Moral Machines)'를 만들기 위한 윤리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개발 분야만이 아니라 이러한 논쟁에서도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한다. 그것이 "Don't be evil (사악하지 말자)"이라는 구글의 모토를 지키는 길이다.

[2016.3.28/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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