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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논문] 회계학이 제시하는 협상의 기술 - 윤대희 교수(회계 전공)
등록일: 2019-04-08  |  조회수: 940

 

회계학이 제시하는 협상의 기술

 

“Strategic delegation, stock options, and investment hold-up problems”, Accounting, Organizations, and Society, Vol.71

 

최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목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기술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다양한 협상을 경험하면서 협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도널트 트럼프의 협상 전략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가 그의 협상의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의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협상의 전략 중에 많은 중요한 요소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외부 대안 (outside option)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즉, 협상에 임할 때는 만일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어떤 외부 대안이 있는지가 교섭력에 큰 영향을 준다. 협상이 결렬될 때 아무 대안이 없어 돌아갈 곳이 없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 협상은 이루어내야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이러한 우리의 절박한 의지를 알고 있다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더 강하게 자신의 조건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이 존재한다면,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협상을 깨버리겠다는 결심을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극단적으로 협상을 깰 수 있는 의지가 오히려 더 나은 협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다른 기업과의 협상에서 외부 대안(outside option)을 만들어내고 이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외국의 유명 제약사들은 공급자와의 가격협상을 위해 저렴한 공급가격의 공급처가 있음에도 원재료 구매처를 다변화하려고 노력하고, Apple의 경우도 차세대 아이폰의 디스플레이 공급처를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라 LG 디스플레이나 중국 기업인 BOE로 다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과 제품에 따라 구조적으로 외부 대안을 얻기 힘든 경우가 있다. 즉, 공급자 (Supplier)가 한 구매자(Buyer)에게 특화된 제품(customized products)을 생산했을 경우, 공급자는 사후에 제품 가격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 특화된 제품을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구매자가 제시하는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은 그 구매자에게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사전적으로 모든 제품의 특징, 사양, 가격, 수량을 완벽하게 기술한 계약을 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계약 (complete contract)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구매자와 공급자가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이 매우 혁신적인 제품이기에 사후에 생산될 제품의 모든 특징, 사양, 가격, 수량을 미리 계약서에 기술하기 힘들다면, 사전에 계약을 하더라도 그 계약은 불완전하게 되고 항상 논쟁의 여지가 남게 된다. 이 경우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불완전계약 (incomplete contract)이다. 이 불완전 계약의 경우 공급자는 구조적으로 사후의 협상에서 불리한 지위를 가지게 되고, 최초에 이러한 불리한 협상의 지위를 예상한다면, 공급자는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품개발 및 생산에 과소 투자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과소 투자는 제품 품질의 하락을 가져오고 구매자와 공급자는 모두 과소 투자로 인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Oliver E. Williamson 교수가 거래비용의 경제학 (Transaction Cost Economics)에서 주장한 Investment Hold-Up Problem이다. 즉, 계약의 불완전성이 공급자의 과소 투자를 초래하여 거래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것이다.

 

본 논문은 계약의 불완전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급자가 사후에 구매자와 가격에 대한 협상을 할 때, 공급자가 직접 협상에 임하는 것 보다는 대리인에게 협상을 위임하고 대리인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받았을 때에만 보너스를 지급하는 계약을 하는 것이 구매자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공급자가 구매자와 직접 협상을 한다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협상이 결렬될 때 구매자에게 특화된 제품은 타 업체에게 판매할 수 없고 생산된 제품의 투자비용과 생산비용은 그대로 공급자의 손실로 남는다. 즉 외부 대안의 부재는 공급자로 하여금 만족스럽지 않은 협상의 결과라도 받아들이도록 한다. 하지만 공급자가 대리인에게 협상을 위임하고 구매자와 협상한 가격이 미리 지정한 가격을 넘은 경우에만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보너스 계약을 대리인과 한다면, 대리인은 협상의 결과가 성공적으로 지정된 가격을 넘을 경우에는 보너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리인은 공급자와는 달리 아무 손실을 입지 않고 그대로 협상 테이블에서 걸어나갈 수 있다. 즉, 대리인은 협상테이블에서 걸어나갈 외부 대안을 가지고 있기에, 협상결과가 보너스 계약에 지정된 가격보다 낮아 보너스를 못 받을 것 같다면, 굳이 협상을 이루기보다는 협상을 깨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대리인이 협상에서 언제든지 걸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구매자는 협상을 깨지 않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구매자는 협상이 깨져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조금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제품을 얻어서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가 전략적으로 협상의 권한을 보너스 계약과 함께 대리인에게 위임한다면, 직접 협상에 임하는 것보다 더 좋은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협상에서 대리인이 필요한 이유이다.

 

기존의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따라 우리는 일반적으로 대리인은 주주와 같은 보수체계를 가져야 주주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대리인의 보수체계를 주주의 부와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협상의 자리에서는 오히려 대리인은 주주와 다른 보수체계, 즉 협상의 실패 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주주를 위해 더 나은 협상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보너스 계약과 유사한 보상구조에는 스톡옵션(stock options)이 있다. 스톡옵션은 기업의 가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을 때, 스톡옵션을 소유하고 있는 임원이나 종업원이 미리 정해진 행사가격 (exercise price)을 통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이를 보너스로 받게 되는 보상구조이다. 따라서 이 보너스는 기업의 가치가 미리 정해진 수준을 넘어섰을 때만 주어지며, 기업의 가치가 행사가격보다 낮다면 스톡옵션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즉, 협상의 결과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야만 임원이나 종업원은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결과만을 주주와 공유하고 실패는 책임지지 않는 비대칭적인 보상구조가 오히려 협상력을 제고하게 되는 것이다.

 

본 논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보너스 계약이나 스톡옵션이 임원이나 종업원이 기업가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항상 민감하게 반응하는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회계학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생활과 업무를 돌아보자. 우리는 과연 외부 대안(outside option)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외부 대안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우리는 외부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절실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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