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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논문] 모듈화된 조직을 통한 복잡성의 관리 - 김지현 교수(매니지먼트 전공)
등록일: 2018-10-23  |  조회수: 635

“The Power and Limits of Modularity: A Replication and Reconciliatio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Vol. 39, No. 9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일이 터졌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한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종류의 사건이 터져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고, 경영자와 관리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일이 터졌다”고 하여 전혀 놀랄 필요는 없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일이 터져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기업이 그만큼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필자가 출간한 논문을 바탕으로 하여 복잡성의 의미,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한 모듈화 전략, 그리고 모듈화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필수요소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Herbert Simon 교수는 두 시계공(watchmaker)의 우화를 예로 들어 복잡성과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명품 수제 시계를 제조하는 호라(Hora)와 템퍼스(Tempus)라는 두 시계공이 있었다. 고객들이 작업실로 수시로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에 두 시계공들은 작업에 몰두할 수 없었다. 이 와중에 호라의 사업은 번창하였고, 템퍼스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급기야 템퍼스는 시계생산을 중단하였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 시계공의 시계는 약 1,00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템퍼스가 만들어내는 시계는 1,000개의 부품 모두가 서로 상호의존성이 커서 중간에 작업을 그만두는 순간 그 동안의 작업이 모두 무너져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했다. 호라의 경우 10개 가량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하위 단계(sub-assemblies), 혹은 모듈을 구성하였고, 완성된 각 모듈은 흩어지지 않았다. 이 모듈들은 10개씩 모여 그 윗단계의 모듈을 만들어내었고, 이 윗단계의 모듈 10개가 모여 완성품 시계를 만들어 내었다” (Simon 1962년, 470쪽)

 

명품 수제 시계는 복잡성이 높은 하나의 시스템이다. 1,000개의 부품들이 서로 상호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제작 과정 중간에 “일이 터진다”면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시계공 호라는 이를 관리하기 위해 하위 단계인 “모듈”에 기반한 디자인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 중간에 “일이 터지는” 상황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고 대처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모듈화된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복잡성이 높은 시스템을 다루는 것과 유사하다. 특히, 특별한 부서와 기능의 구분이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 멤버들간 상호 의존성이 커서 한 명의 멤버가 본인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창업 프로세스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스타트업 내 어떠한 개인에 의해서 “일이 터진다”면, 첫 매출, 상장, 피인수 등으로 대변되는 조직 전체의 성공은 요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모듈화”가 이루어지고, 한 개인에 의해 “일이 터지는” 경우에도 이것이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기 보다는 그 충격을 모듈 내에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시계공의 우화 중 호라의 경우가 조직운영의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계공의 우화와 조직의 운영 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시계공의 경우 “완제품”이라는 이상향이 있고, 그 완제품을 향해 부품을 구성하여 완성하면 성공이다. 그러나, 조직운영은 대부분의 경우 “이상향”이 명시적으로 주어지지 않으며, 이상향이 주어져 있다고 해도 다른 곳에 더 나은 이상향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즉, 내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모듈 차원에서 내재화하여 조직 전체를 보호해야 하기도 하지만, 조직 전체에 충격과 자극을 주어 더 나은 이상향이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색해야 하는 것이다. 모듈 내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에 의한 영향은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하면서, 조직 전체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의 충격과 자극을 주도록 노력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모듈화된 조직의 경영자의 숙명이다. 바로 여기에 모듈화된 조직 운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필자는 본 연구에서 전산모델(Computational Model)을 통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모듈화된 조직의 성과를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경영자는 각 모듈에 자율권을 부여하여 모듈 차원에서의 자유로운 탐색을 하도록 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생각보다 실천이 쉽지 않다. 경영자는 언제나 주가 등으로 나타나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듈 차원에서의 탐색적 활동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낸다. 조직을 총괄하는 경영자는 조직 전체에 통일된 성과지표가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그 성과 지표를 바탕으로 모듈에서의 모험과 실험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경영자는 그것이 조직 전체에서 봤을 때 일관성이 결여된 실험이라고 할지라도 모듈 차원에서의 실험을 허용하고 격려해야 한다. 둘째, 모듈에서의 실험은 과감하고 독립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모듈을 총괄하는 중간관리자들은 경영자의 선호체계에 길들여져 있다.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소심한 실험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조직은 어딘가 존재할 수도 있는 새로운 이상향에 도달하기 힘들어진다. 과감한 실험을 통해 정체된 조직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모듈의 중간관리자들을 격려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실천해 나갈 때, 때로는 충격을 내재화하며, 때로는 새로운 충격을 찾아내야만 하는 모듈화된 조직의 모순적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조직의 경영자와 관리자는 명품 시계를 손수 만들어내는 시계공들이다. 다만 “호라”나 “템퍼스”와 같은 시계공들 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현재 주어진 시계 조립법 보다 더 우수한 방식이 어딘가에 숨어있는지 항상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듈화된 조직에서는 시계공이 직접 그 방법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모듈을 이루는 조직의 “부속”들이 그 작업을 대신 해줄 것이다. 다만 “부속”을 정말 “부속”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문헌

Simon HA. 1962. The architecture of complexity. Proceedings of the 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 106(6): 46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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