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이호근 교수

신용카드 (Credit Card) 에서 'Credit'은 '나는 믿는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인 'Credo'에서 유래되었다. 현금 없이 신용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이후에 갚는 결제방식인 신용카드에서 '신용(Credit)'이 핵심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신용카드는 1888년에 출간된 에드워드 벨라미 (Edward Bellamy)의 장편소설 '과거를 돌아보며(Looking Backward)'에 처음 등장한다. 1887년 보스턴에서 불면증에 시달렸던 청년이 최면술사의 도움을 받아 깊은 잠에 빠졌다가 113년 후인 서기 2000년에 깨어나 그 사이 유토피아로 변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 가는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공상과학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화폐없이 생필품을 소비하는 수단으로 '신용카드'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신용카드를 실제로 현실화한 사람은 시카고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라마(Frank McNamara)이다. 그는 1949년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계산을 하려다 지갑을 두고 온 바람에 곤욕을 치른 후 현금 없이 자신의 신용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이듬해인 1950년 동료 친구들 200명과 함께 현금 없이도 레스토랑에서 식사(Dine)를 할 수 있는 단체인 '다이너스 클럽(Diners' Club)' 을 만들고, 회원임을 증명하기 위해 플라스틱 카드를 만든 것이 오늘날 신용카드의 효시다.

한국 사람들은 결제방식으로 유독 신용카드를 좋아한다. 지난해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69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 비중이 세계 1위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플라스틱으로 된 신용카드를 대체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는 '모바일 카드' 또는 '앱카드' 방식을 사용한다. 모바일 카드 방식은 휴대폰의 유심(USIM)칩에 신용카드 정보가 입력되어 있어 가맹점의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되면 결제가 이루어진다. 하나카드, BC 카드 등이 이 방식을 사용한다. 앱카드 방식은 칩 대신 스마트폰앱을 사용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앱을 열어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신용카드 정보가 입력된 바코드 또는 QR코드가 생성되고 가맹점 직원이 리더기로 바코드나 QR코드를 읽으면 결제가 완료된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이 사용하는 결제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250만 개의 신용카드 가맹점 가운데 바코드나 QR리더기 또는 NFC 단말기를 새로 설치한 곳이 5%에 불과하므로 아직은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신규 스마트폰인 갤럭시S6와 함께 삼성페이를 선보였다. 삼성페이는 NFC 단말기를 사용하는 모바일 카드 방식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인 루프페이의 마그네틱 전송기술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의 신용카드 가맹점에 설치된 기존의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페이의 등장으로 최근 핀테크(Fintech)로 각광을 받고 있는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삼성(삼성페이), 애플(애플페이), 그리고 구글(안드로이드 페이) 등 글로벌 기업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어떠한 방식이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카드를 제시하기만 하면 점원이 알아서 처리해 주는 플라스틱 신용카드의 편리함과 보안 유지가 시장에서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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